내가 그녀를 만난 곳은
남산 어귀에 위치한 영화진흥공사 건물 내에 자리잡은 공식적인 첫 직장에서였다.
입사 몇달 선배인 나는 꽃리본을 가슴에 달고 있던 그녀의 첫출근 옷차림을 기억한다.
입사는 내가 선배였지만 경력은 그녀를 따를 수가 없었다.
나와
그녀는 서로 다른 팀에서 일했다.
그녀는 옥외광고 등등을 담당하는 팀이었다.
나와 그녀 그리고 그녀의 팀장과 같이 줄자를 들고 의정부를 다녀온 일이 있다.
어느 건물의 옥상에서 사다리를 타고 건물 외벽 길이를 재던 기억이 난다.
그때 회사와 의정부를 왕복하며 그녀가 참 발랄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의정부를 다녀온 다음 그녀의 마수에 걸려들게 되었다.
그녀는 극구 부인하지만 나는 그녀와 다르게 생각한다.
소개팅을 핑계로
나를 어떻게 해보겠다는 치밀한 시나리오가 있었다고 지금도 굳게 믿고 있다.
그녀는 완강히 거부하는 나에게
'환선씨, 제가 소개팅 시켜드릴테니 소개팅하실래요?'라고 두번이나 협박했다.
더이상 거절하기 미안해 그당시 번듯한 직장에 다니던 친구를 데리고 소개팅 장소(잠실)로 나갔다.
그날 나는 소주와 맥주를 마셨고,
집에 가려는 그녀를 지하철역(신천역)에서 데리고 나와
칵테일 바에 가서 칵테일을 원샷해댔다. 술에 취해서...
당시 나는 부산에 계신 부모님의 강요에 못이겨 맞선을 보아야할 위기에 있었다.
(그 시점으로 부터 이주일내에 토요일 부산행 기차를 타야할 위기)
술에 취한 나는 그 문제로 어머니와 전화통화를 했다. 롯데월드 앞 공중전화에서...
휴대폰은 상상할 수도 없는 가격이었으므로 당시에는 삐삐가 유행하고 있었다.
아무튼 나는 엉뚱하게도 공중전화부스에 빼꼼히 고개를 들이밀고 있던 그녀에게
수화기를 넘겨버렸다.
그리고 다음날 부터
모든 것이 달라졌다.
그것은 어머니와 전화통화가 끝난 공중전화 부스에서 그녀에게 뽀뽀를 해버렸기 때문이다.
아~ 술이 웬수다!!!!!
더 할 이야기도 많지만 여기까지가 그녀와의 만남이 시작된 배경이다.
마지막으로 첫 직장 퇴사 2~3년 후 문제의 그 회사를 퇴사한 동료들과 모임을 갖던 날.
회사를 퇴사하고 영국에 유학갔다 온 어느 AE가 했던 말을 위안삼아
이제는 그녀의 마수를 눈감아주려한다.
그 놈은 뭘 보고 그렇게 말했는지 모르겠다.
